조수진 作
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
5분 20초
흑백 애니메이션
1인칭은 정말 어마어마하게도 무능했다. 때리지 마세요, 라고 조그맣게밖에 말할 수 없었던 나를 연민한다. 확성기는 검정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를 떠다니며 <말대꾸하지 마십쇼>라는 문장을 되풀이했다. 중년의 여인이 실신하는 것을 보았다. 밟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. 꽤 직접적이고 확실한 폭력에 노출되었던 것
이다. 무척 아팠다.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자 경은 머리띠를 빼 주었다. 담배가 없다. 담배를 살 돈도 없다. 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이제는 부끄럽지도 않다. 아 대체 무엇을 부끄러워 해야 한단 말이지ㅣ?
모친은 나의 가장 오래된 여자이다. 때때로 이 사실이 아주 소름끼친다. 나는 모친의 멍든 배를 아주 잠깐 마주보았을 뿐이다. 왜 나는 즐거웠던 일들을 쉽게 잊는가.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. 지난 사흘 즐거웠던 것은 잘 떠오르지 않고 쪽잠을 자기 전 아팠던 것만 죽도록 생각난다.
이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몇 개의 별명이 더 생길까 가늠해본다. 아... 비로소 부끄럽다